|
|
 |
| Home > 조선왕실축제 이야기 > 전통색채 > 오방색의 이해 |
오방색의 이해 |
 |
|
|
1) 오방색의 배경사유체계
① 음양오행원리와 오방색
한국의 전통색으로 알고 있는 오방색은 동아시아의 배경사상체계인 음양오행원리에서 유래한다. 오방색은 한국의 색원리일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색원리이다. 오방색은 원리적 개념적으로 음양오행원리에 근거를 두고 있다. 서구의 과학은 빛의 세기를 측정하여 우주를 구조체로 이해하였다. 환원주의적, 기계론적, 비유기론적 관점에서 이해된 서구의 우주관은 과학적 측정과 분석을 토대로 하는 뉴턴-데카르트적 세계관을 형성하였다. 물론 관점은 다르나 동아시아에서도 전일주의적, 직관적, 유기적 관점에서 우주를 이해한 사실은 확인되었다. 음양오행원리는 동아시아의 관점에서 우주의 운행, 자연현상에 대한 직관을 통하여 인간과 외계의 관계에서 만물의 이치를 깨우치는 세계관의 기초원리이다. 오방색원리는 이러한 음양오행원리를 직관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원리이다. 오방색의 원리를 이해하기에 앞서 음양오행원리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음양오행원리는 세계관으로서 ‘음양오행설’로 전해지고 있다. 동양의 사유체계를 과학이라고 보는 신과학의 입장에서 음양오행은 ‘동양과학의 광범위한 기초'의 역할을 한다. 과학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생존을 위한 것이다.『음양오행설의 연구』의 내용은 과학에 대한 이와 같은 인간의 욕구가 자연의 개별적·전체적 연관성과 통일성을 설명하고 법칙화 하려는 것으로 보이며, 생존을 위한 욕구에서 나왔다고 하고 있다.
중국의 철학자 풍우란(馮友蘭)은 음양오행설에 대한 입장을 “더 많은 허구로써 사실을 대체하고, 더 많은 상상으로써 진실의 결핍된 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 뿐”, “그러나 그들은 자연철학의 임무를 짊어졌던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음양오행설이 세계관으로서 동양의 삶의 태도를 결정짓게 되는 기초가 되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생활 속에서 직관적 경험을 통하여 귀납된 관념체계였던 음양오행설은 한대에 완성된 이후 근대에 이르기까지 동양의 사유체계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세계관으로 이해되어 왔다. 음양오행설은 유기적·변증법적 세계관에 기초를 두고 있다. 춘추전국시대 이전의 문헌에서는 현재의 음양오행이 연용 된 흔적이 드물었다. 춘추시대에 이루어진 음양관념의 가장 큰 발전은 음양을 천(天)이 생성한 육기(六氣)중의 이기(二氣)로 파악하는 것이었다. 동아시아적 관점에서는 만물에서 연속적인 하나의 기(氣)가 형성된 것으로 보았으며, 겉보기의 차이는 기(氣)의 다른 모습으로 이해하였다. 문헌은 한자로 기록되었고, 한자는 한글자에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였다. 따라서 음양오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자가 의미하는 바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음’과 ‘양’의 글자 의미는 어떻게 해석되는가. 「설문해자」에서는 말하는 음(陰)은 어둡다는 의미이며, 구름이 해를 가리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런 의미가 확대되어 일반적으로 가린다는 의미를 지니고, 해를 등지는 곳, 즉 북쪽을 의미하게 된다. 양(陽)은 연다는 의미로 ‘일(日)’자와 ’일(一)‘자 그리고 ’물(勿)‘자를 합한다. 해가 땅 위로 떠올라 깃발을 내걸면 깃발이 매우 힘차게 날리는 모습을 의미한다. 이 역시 의미 확대로 해의 광채를 나타내고 해가 뜨면 따뜻한 기운이 생기므로 양기(陽氣)라 하게 된다. 해를 향하면 빛을 볼 수 있으므로 표면 혹은 남쪽을 의미한다.

그림 1 태극도(太極圖) 도해
:3000여년 전부터 사유되어 왔던 음양오행설은 주돈이(周子)(1017~1073년)에 의해 태극도로 정리되어 체계화되었다.
출처 : 淸張伯行 輯(1990). 太極圖詳解. (北京 : 學苑出版社)
「無極而太極 太極動而生陽 動極而靜 靜而生陰 靜極復動 一動一靜 互爲其根 分陰分陽 兩儀立焉 陽變陰合 而生水火木金土 五氣順布 四時生焉 五行一陰陽也 陰陽一太極也 太極本無極也 五行之生也 各一其性 無極之眞 二五之精 妙合而凝 乾道成男 坤道性女 二氣交感 化生萬物 」-주자태극도설 (周子太極圖說)
주자(周子)의 태극도설에 따르면, 음양오행이란 태극과 지구의 거리가 멀고 가까워지는 차이로 발생하는 변화과정을 이르는 개념이다. 태극이란, 불덩이는 열과 빛으로 뭉쳐있는 순수한 양기 덩어리다. 빛은 열이자 온도이며 색으로 지각 가능하다. 동아시아적 관점에서는 음양오행의 원리가 형성되는 것과 함께 원리를 이해한 샘이 된다. 양기인 태극은 빛과 열의 원천이며, 우주의 원동력이자 대동맥인데 형체는 없다고 정의한다.


태극도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살펴보면, 우주는 가득 차 있으면서 비어있는 무극에서 시작된다. 무극은 비어있으면서도(空:void) 동시에 채워져(實:solid) 있는 상태(象態)이다. 무극은 비어있음과 채움의 반복과정을 통해서 기(氣)를 만든다. 무극이 극에 이르면 태극이 되는데 이 태극은 채워짐으로 인해 생성된 상태이다
태극은 끊임없이 기운을 생성하며, 움직이는데(動) 이 움직임이 또 다시 극에 이르면 멈춤(靜)에 이른다. 다시 멈춤이 극에 이르면 새로운 움직임(動)이 시작되고 이 과정의 반복으로 태극은 끊임없이 변화하여 음(陰)과 양(陽)을 낳는다. 음양의 생성과정을 보게되면, 음양(陰陽)이 서로 상보관계를 이루고 있으며, 이들의 생성과정이 움직임과 멈춤(動靜)의 반복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인간에게 있어 우주는 끊임없는 탐구의 대상이며, 생존을 위해 발견과 탐험을 거듭해야 하는 미지(未知)의 세계(世界)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양의 우주과학은 지속적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하며, 지구 밖 행성들과 위성들의 운행을 연구하고 기록하고 있다.

서양이 관측한 사진을 통해서 확인된 블랙홀의 모습은 태극도에서 설명하는 ‘양기덩어리’의 운행모습과 다르지 않다. 두 기운의 운행과정으로 보여지는 나선구조의 움직임은 음양(陰陽)의 동정(動靜)하는 과정의 그대로 보여주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동양의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에서 비롯된 사유체계가 음양오행사상이다.
오행이 세상만물을 이루는 근본조건이었으며, 오행 원리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자연에 순응하는 조화된 삶을 지향하여왔다. 서구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은 동아시아의 전일적 세계관에서 강조하는 바와 다르지 않다. 음양오행의 원리에 대한 이해는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는 과정일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적 사유체계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자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한다.
2) 오행의 기본원리와 오방색의 개념
① 宇宙觀/自然觀으로서 五行原理와 五方色
오행에는 오색이 따르고 방위와 절계가 따른다. 오행은 음양에서 나온다. 오색을 자연현상에 대한 지각경험의 색으로 가정할 때 절계와 방위에 따른 자연의 직관적 관찰을 통해서 지각되는 색을 의미하게 된다. 도형기호체계원리와 함께 설명될 것이지만 ‘오방색’의 ‘방(方)’에는 방위의 의미 외에 ‘정방형(正方形)’으로 네 변의 길이가 같은 사각형의 중심의 위치를 의미가 내포되어 이중의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오방색’을 ‘방’을 중심으로 하는 위치를 포함하는 동-서-남-북의 방위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음양의 순환으로 오행이 생성되는데, 이 후의 운행 과정은 오방색을 사유하는 과정에 해당한다. 우주와 자연을 보는 관점으로 오행원리를 살펴보자.
오행원리에서 봄은 목(木)자에 해당한다. 평선(一) 밑에 하나의 씨앗을 묻었을 때 금방 싹트는 것은 없다. 태양의 열기와 흙(土)이 가지고 있는 습기와 혼합으로 온도가 맞을 때 뿌리를 하나씩 얻을 것이며 (才), 지각인 표면을 뚫고 올라온 형상이 나무(木)이다. 생명은 봄에서 시작하며 목(木)은 세상 만물이 생동(生動)하는 것을 글자로 나타낸 표상(表象)이다. 생동하는 것은 녹(綠)을 포함한 청색(靑色)으로 존재한다. 태양의 뜨거운 기운이 강해짐에 따라 오행상 화(火)에 해당하는 여름이 된다. 여름은 남쪽의 방향에서 시작되며 뜨거운 열기는 붉은 기운으로 표현된다. 뜨거운 기운이 다하면 온도가 하강하고, 열이 식는다. 서쪽의 편서풍이 시작되면서 가을이 오며, 곡식을 가을에 거두어들이니 황금이며 황금은 금속으로 금속의 백색기운으로 표현된다. 태양의 열과 온도의 영향이 없는 북쪽은 그늘이며 춥다. 계절로서는 겨울에 해당하며, 눈과 얼음으로 물(水)에 해당하며, 빛이 없이 어두우므로 거믄 기운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오행의 원리는 자연현상에 대한 음양오행사상의 관점을 보여준다.
그림 1.에서와 같이 음양오행의 이러한 원리를 근거로 하여 해당되는 자연현상의 사진을 배열, 그림(diagram)으로 정리하여 오방색의 개념을 시각화하였다. 음양오행원리의 기본은 동양이 본 자연현상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림 1.에서는 정사각형의 지각의 틀을 볼 수 있으며, 틀을 기준으로 배열된 다양한 자연현상의 사진들은 오행원리에 기초하여 배열하였다. 북(北)쪽의 방향에는 검고 어두운 기운에 빛이 없으며, 그늘이고 추운 겨울의 사진이 위치한다. 동(東)쪽의 방향에서는 북쪽 기운으로 생성된 물(水)에 의해 생명이 싹트는 자연현상을 보게된다. 만물을 싹트게 하고 생명을 주는 것, 북쪽 기운에 해당하는 오행원리의 물(水)에 의해 이루어지는 과정을 통해서 두 기운의 관계성, 상보성을 확인하게 된다. 녹색기운을 포함하는 청색기운은 동쪽에서 이루어지는 자연현상과 기후를 반영한다. 계절상 청색기운에 해당하는 봄의 기운이 극(極)에 이르면 뜨거운 기운의 여름이 되는데 오행원리의 불(火)이 이것에 해당한다. 불은 붉은 기운으로 지각된다. 불이 식어 차가운 기운이 시작되는 서(西)쪽 방향은 수확, 황금, 백색의 금속, 열이 식은 상태의 사진으로 백색기운을 설명한다. 중앙은 흙(토)에 해당한다.
자연현상의 사진 배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오행의 원리는 동양의 사유체계를 통해서 자연현상을 지각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원리이다. 오행은 빛과 온도, 그리고 이들의 작용으로 가능한 자연의 현상을 설명한 원리이다.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방법에 있어 ‘색’이 중심을 이루고 있음은 오행의 각 기(氣)에 해당하는 ‘기운 색’으로 설명 가능하다. 자연현상의 색지각을 통해 오행은 동양의 전통색채인 ‘오방색’과 밀접한 관계성을 보인다. 그러나 현대에서 이해하는 오방색은 자연현상에 대한 사유에서 시작되었지만,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 음양오행원리에 따른 자연현상에서 보여지는 색은 특정 ‘색’으로서 정의될 수 없다. 오방색은 계절변화 과정에서 생겨난 결과의 하나로 자연현상에 대한 직관적 경험을 통해 지각한 색채체계이다.
② 생활 속의 오방색
한국 백색의 의미 (The meanings of Korean White)
한국은 전통적으로 우주가 가득 차 있으면서도 비어있는 무극(無極)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하는 음양오행원리(陰陽五行原理) 따라 만물(萬物)을 이해해 왔다. 동양에서 말하는 무극(無極)은 비어있으면서도(空;void) 동시에 채워져(實;solid) 있는 상태이다. 무극이 극(極)에 이르면 태극(太極)이 되는데, 태극은 움직임(動)과 멈춤(靜)을 반복한다. 멈춤의 기운인 음(陰)과, 움직임의 기운인 양(陽)의 두 기(氣)가 상호관계를 이루며 운행하는 가운데 오기(五氣 : 수(水), 금(金), 화(火), 목(土), 토(土))가 생겨나고, 이 오기(五氣)가 운행됨을 오행(五行)이라 한다. 음양오행원리는 이와 같은 음양기운의 상호관계에서 세상만물이 생성된다고 설명한다. 음(陰)과 양(陽)의 운행에서 양(陽)은 백색(白)의 동(動하는 기운, 즉 빛의 기운이 생동함을 의미한다. 동양에서는 고요한 기운을 가믄 기운(현;玄;어두움)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를 색으로 표현한 것이 흑(黑)에 해당한다. 사유체계상에서 보았을 때, 한국의 백색(白色)은 이와 같은 우주만물의 생성과정에서 이해되어 온 양(陽)의 에너지(energy, 氣)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백(白)을 에너지로 여겨온 한국은 백색을 생활 속에서 어떻게 표현하였을까.
조선시대에는 신분과 계급의 차이 위해 국가가 제도상으로 색채의 사용을 제한하는 금제(禁制 : 조선시대 경국대전 4, 5冊 형전 내용의 하나)를 두었는데, 이와 같은 금채색(禁彩色)의 제도에 따라 일반백성들의 의복에서는 다양한 색의 사용이 제한되었다. 정치 제도상 제한 된 것이기는 하였지만, 백색 무명의 옷을 즐겨 입게 되어 백(白)은 한민족에게 가장 친근한 빛이 되었다, 흰 빛을 신성하게 여겨온 한민족은 가장 친근한 백색의 아름다움을 다양한 모습으로 연출해 내었다. 한국미는 ‘담백의 미학(淡白의 美學)’으로 일컬어지는데 그 이유는 흰색의 아름다움을 보고 다양하게 표현한 것에 있다. 투명하고 절제된 순수하고 깨끗한 흰 빛은, 모든 빛을 반사하여 다른 색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듯 하면서도 모든 것을 포용한다. 이러한 백색의 ‘미(美)’를 표현하고자 한 예를 백자와 같은 유물에서 볼 수 있다. 검소, 질박, 결백함의 미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한국은 백색의 자기를 제작하여왔다.
한국의 ‘백색’은 안료의 ‘백’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없다. 한국의 백색은 한민족이 역사를 이어오는 과정에서 체험한 자연 에너지의 근원이요, 만물의 시작이 되는 바탕의 색을 의미한다. 한국의 백색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한국인 삶의 지혜와 힘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국 흑색의 에너지
흑색은 태양의 열과 온도의 영향이 없는 북쪽에 해당하며, 그늘이며, 추운 기운을 연상케 한다. 빛이 없어 어둡다. 태양이 솟아오르고, 생명이 시작되는 봄의 청색기운, 목(木)의 기운을 준비하는 겨울은 흑색(黑)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이어오는 봄을 생동케 하는 것은 숨겨진 흑색(黑)의 힘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흑색은 고요한 가운데서 느껴지는 숨겨진 에너지라 할 수 있다.
한국사람들 의식속에서의 흑색(黑色)은 이와 같이 모든 우주만물이 생겨나는데 힘이 되는 음(陰)의 에너지(energy, 氣)를 의미한다. 즉 빛을 잃음에 따라 보여지게 되는 「색」이라기 보다는 빛의 자극이 있거나, 혹은 다른 여러가지 색을 동시에 볼 때 그 사이사이에서 검게 보이는 관계상에서 보여지는 흑색이다. 해가 뜨기 전에 일찍 일어나 만물을 보면 모두가 검게 보이는데, 이와 같은 검은 색이 한국의 흑색(黑)이다. 에너지로 여겨온 한국의 흑(黑)은 생활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어졌을까.

흑색(黑)에는 현색(玄色 ; 어두운 공간으로 느껴지는 검은색), 오색(烏色 ; 불투명의 검은색), 현청색(玄靑色 ; 새벽의 어슴프레한 검은색), 묵색(墨色 ; 투명기미가 느껴지는 검은색) 등이 있다. 한국의 흑색은 칠흑 같은 검정이 아니다. 거무스레한 기운이다. 일반적으로는 흑색이 어두움과 죽음 등의 부정적인 상징으로 인식되어 있지만, 한민족에게 흑색은 에너지의 색으로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서예에서 느껴지는 먹의 힘이 바로 흑색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쉬운 예이다. 흑색의 기운이 백색 한지 배경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고요한 붓의 놀림이 형태로 드러나게 된다. 호흡의 조절과 손끝에 전달되는 힘의 강약이 먹(墨)의 흑색(黑)을 통해 표현되어진다.
서예가와 혼연일치가 되어 붓의 끝자락을 통해 그 기운과 에너지가 표현되어지는 것이다. 음양오행원리를 따른 한민족은 우주의 두 기운이 서로 작용하는 과정을 통해 에너지의 색으로서 백색과 흑색을 인식하여 왔다.
한민족의 흑색은 생명을 품기 위한 준비의 과정을 대변하는 색이며, 숨겨진 에너지이다.
우리가 보는 가지각색의 모든 색이 모여서 흡수되면 검은색이 된다. 검은색은 색이 없는 현상으로 느껴지지만 실제는 모든 색이 모여진 힘의 원천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검은색이다.
한국의 청과 홍
한국의 색은 기후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한국의 문화유물에서는 청색과 홍색을 함께 이용한 예를 많이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청(靑:blue)은 동쪽의 방향을 상징한다. 또한 봄의 색이다. 한국은 전통염색에서 쪽염색이라 하여 옅은 청색에서 검정에 가까운 청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청을 만들었다. 쪽풀에서 염색의 안료를 얻어 염색을 하는데, 이를 남색(藍)이라 한다. 예로부터 이 “남색” 혹은 “쪽빛”은 아주 귀한 색으로 여겨왔다. 높은 신분의 사람들의 의복이나 중요한 곳에 사용한 색이 남색이며 청색이다.

또하나, 한국 청색의 특징적인 내용은 한국의 청색(blue)은 녹색(green)의 의미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푸른산, 푸른들의 경우 산과 들은 녹색이지만 ‘푸른’이라 하여, 청(靑;blue)색으로 표현한다. 그 이유는 눈으로 보았을 때의 색상의 차이보다는 청색이 갖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이다. 청색(靑;blue)은 백색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색채어이다.
한국에서 청색과 가장 많이 배색되는 색은 적색이다. 한국의 붉은 색은 적색 또는 홍색, 주색 등으로 말한다. 또한 남쪽 방향을 상징한다. 남쪽은 따뜻한 곳이기에 생명활동이 왕성한 곳으로 생각한다. 적색은 불과 태양을 상징한다. 따뜻한 기운이 왕성할 때 복이 온다고 믿었던 우리 조상들은 적색 기운이 차가운 기운을 막는다고 생각했다. 차가운 기운을 귀신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적색은 귀신을 물리치는 색이다. 적(赤;red)색은 좋지 않은 일이 생기는 것을 막는다고 생각하여 한국의 조상들은 집안에 붉은 팥, 붉은 고추, 대추 등을 두었다. 적색이 병을 예방하고 좋지 않은 일을 막는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생활에서는 청색과 적색이 함께 쓰이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청과 적의 배색은 한국 국기의 태극에서뿐만 아니라 건축물과 복식에서도 볼 수 있다. 삼국시대에는 색채문화가 널리 퍼져 사찰과 같은 건축물에 청색과 적색을 칠하였다. 이를 단청이라 한다. 단청은 ‘丹(붉을 단)’과 ‘靑(푸를 청)’을 의미하는데 붉은 색과 푸른 색을 주로 칠한다. 단청은 현재도 궁궐이나 사찰의 건축에서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조복 위에 둘렀던 후수는 관직의 위치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표식의 하나이다. 후수에서는 적색 비단에 학이 마주보고 있는 모습을 청. 황. 청. 백색의 4단이 수로 놓여진 것을 볼 수 있다. 계급에 따라 수의 내용과 재료가 금, 은, 동으로 달라진다. 아래에는 청색실로 망과 매듭을 짜서 장식했다. 청과 적 또는 홍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며 훌륭한 장식으로 사용되어진 예를 유물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한국의 청색과 홍색은 방향과 기후의 색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생활속에서 경험을 통해 색을 이해하고 해석하여 생활에 적용한 지혜를 엿볼 수 있게 한다.
한국의 Golden yellow
한국의 황색(黃色)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황색과는 다르다. 금색의 기운을 띤 황색이 한국의 황색이다. 천하를 통치하는, 천자(天子)를 상징하는 색으로 여겨왔던 한국의 황색은 어떤 색이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한국의 황색은 흙의 색을 의미하며, 황토의 비옥함을 나타낸다. 오방색에서 네 방향의 중심에 위치하는 황색은 인간, 즉 왕을 의미한다. 중심의 색인 황색의 옷은 태양의 빛깔로서 황제 혹은 왕만이 입을 수 있었다. 서양 일부에서는 황색이 부정적인 의미를 갖기도 하였지만(예: 이집트의 상복, 스페인의 사형집형인의 복색, 유태인의 별모양 노란표지, 유다의 옷), 한국은 황색을 태양의 빛깔로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색으로 고귀한 색으로 여겨왔다. 황제의 색이라 하여 일반 서민들은 황색의 옷을 입을 수 없도록 하였다. 황제의 황색은 생명의 원천이며, 풍요와 생산을 의미한다. 마르코폴로는 한국을 ‘황금의 나라’라고 하였으며, 한국인들은 금색이 고귀함을 표시한다고 여겨 금(金)자를 많이 쓰고 있다고 했다. 왕의 색이며, 생명원천의 색으로 여겼던 황색이 한국의 Golden Yellow 이다. 황색과 금색이 함께 보여지는 색이다. 이러한 색을 Golden Yellow라 한다. Golden Yellow는 투명하지 않은 금속의 느낌을 준다. 이 색은 종교적인 그림에서 빛을 표현하는데 쓰여졌다. 뿐만 아니라 왕의 상징으로 권위를 표현하기 위해 적색과 황색을 배색하였다. 그림에서 적색 바탕 위의 황색을 볼 수 있다.사진에서 보여지는 흉배는 조선시대 신분을 나타내 주는 표장이다. 그림은 홍색 원삼에 부착했던 자수이며 집권층의 남성의 옷에 부착했던 것이다. 여기서 보여주는 청색과 적색의 조화는 선명하고 유쾌한 느낌을 들게 하면서 그 권위를 느낄 수 있게 한다.
한국의 Golden Yellow는 장식으로서 뿐만 아니라 권위와 풍요, 다산, 생명원천을 의미하는 고귀한 색이다. 태양을 의미하는 색이며, 한국인의 정서를 황금빛의 빛깔로서 표현하는 색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만물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색이 바로 한국의 Golden Yellow이다.
한국색채의 자연미 - 쪽빛
한민족은 자연에 동화되어 사는 삶을 살아왔다. 도시화, 산업화에 따라 생활의 모습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자연과 더불어 살기를 원한다. 자연의 변화모습을 관찰하는 가운데 생활의 지혜를 터득해왔다. 한국 사람들의 생활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전통 염색이다. 특히 쪽색은 전통 천연염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한국적 색으로 이해되어지고 있다.
쪽은 인류역사상 가장 먼저 사용된 식물염료중의 하나이다. 마디풀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풀이다. 이 식물의 잎에는 남색색소(Indigo)가 들어 있어 염료로 많이 사용된다. 중국과 인도차이나가 원산지이지만 환경이 비슷한 한국에서도 많이 재배되어왔다.
여름이면 한국의 전남 나주 영산포 일대는 쪽으로 푸르게 물들었다고 한다.
쪽풀은 옷감의 염색에 주로 이용되었다. 쪽으로 염색한 옷감은 화학약품으로 처리하지 않아도 방충효과가 있다. 쪽물로 물들인 종이는 시간이 지나더라도 다른 종이에 비해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쪽색은 중요한 고대문헌이나 불경, 서화용의 종이염색에 이용되어왔다. 쪽물로 염색한 천은 피부병의 치료에도 좋다. 방충·방균·방염의 성능이 있어 옛 어른들은 옷장에 속에 넣어두어 충해를 방지하기도 했다.
쪽염색은 쪽염료에 옷감을 담그는 횟수에 따라서 색이 다른 것이 또 하나의 매력이다.촉매역할을 하는 매염재의 첨가 없이 쪽풀과 조개껍질의 가루만으로 푸른 염색이 가능하다.

하지만 염색의 과정은 그 푸른색의 깊이 있는 아름다움이 특별한 만큼 복잡하고 정교하다. 쪽풀의 재배시기부터 염색이 이루어지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순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쪽염색은 쪽물에 담그는 과정을 반복할수록 짙은 청색에 가까워지는데, 여러번 반복하면 검정에 가까운 맑은 Indigo와 같은 청색이 된다.
쪽 염색뿐만 아니라 한국전통 천연염색을 통해서 아름답고 다양한 색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홍화, 치자, 양파, 동백, 검정콩 외에 여러 가지 재료로 전통염색이 가능하다. 한국인은 자연그대로에서 나온 염료와 친자연적, 무공해의 과정으로 염색한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색의 옷을 만들어 입었다. 한국색채가 자연스러우며 아름다운 이유중의 하나는 색을 만들고, 염색하는 과정이 친자연적이며, 자연 그대로의 염료를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쪽색은 예로부터 고귀하게 생각되어졌다. 염색과정이 복잡한 이유도 있지만, 높은 신분의 귀족들이 즐겨 입는 옷의 색이 쪽색이었다. 고유한 염색법과 자연재료의 사용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자연미”를 드러내는 것이 한국의 색채미의 특성이다.

한국색채의 자연미 - 담장과 장독대
한국의 건축물은 크지 않고 화려하지 않으며 마치 숨어 있는 듯 그 놓인 곳의 자연과 닮아 있어 아름답다. 뒷산을 배경으로 한 높지 않은 처마선이 정겹다. 한국의 집은 시골사람의 모습인 양 소박하다. 구석구석 모든 모양과 색이 자연을 옮겨 놓은 듯하다. 자연물 그대로의 모습을 잃지 않을 정도로만 손질하여 집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 자체가 그대로 자연의 색을 지닌 것이다.


이렇게 한국의 전통가옥은 자연재로 지어졌다. 진흙과 돌, 자갈과 목재를 주로그림 꽃담
이용하였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조립만으로 건축되기도 하였다. 한국 건축의 특징에서 돋보이는 것 중의 하나가 담이다.
혹시 한국의 담을 본 적이 있는가. 곧 무너질 듯한 담이 있는가 하면, 정교하게 한층한층 돌을 쌓아 만든 정겨운 돌담, 여러 가지 색으로 장식한 꽃담에 이르기까지 규모와 형태가 다양하다. 담 너머로 보이는 펼쳐진 들과 산은 액자 안의 그림처럼 보인다.사랑방의 문을 열어 밖을 보자. 한 폭의 산수화가 펼쳐진다.


뜰의 장독대에는 다양한 진흙 빛깔의 옹기가 모여있다. 다양한 크기의 옹기를 모아두었고, 그 빛깔 또한 서로 조금씩 다르지만 자연을 배경으로 본 옹기들은 마치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조화롭다. 이와 같이 한국의 집과 마당은 자연과 어색함이 없다. 담은 외부와의 경계를 표시하고, 방어목적으로 만들어진다. 보일 듯 말 듯한 절묘한 높이와 함께 독특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붉은 색과 검은 색 벽돌을 이용하여 장식하거나 기와편만으로 기하학적 추상과 장수를 상징하는 문양을 장식하기도 하였다. 꽃담 뿐만 아니라 공간 구획을 위해 만들었던 내외담에서도 한국인의 미적감각을 엿볼 수 있다. 투박하면서도 소박한 아름다움은 그 재료와 색채에서 연유한 것이다. 페인트로 도색하거나 특별한 마감재료가 없었지만, 자연그대로의 재료와 색채를 이용하여 특유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있다.
담을 따라 들어가면 뒷마당에서는 담장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장독대를 볼 수 있다. 간장, 된장 등의 장을 담은 항아리를 모은 곳이다. 담장과 장독대의 어울림은 서로 닮아 있으면서 또한 다르다. 투박한 흙담아래 크고 작은 항아리들이 그 흙을 구운 짙은 빛깔을 띠고 어울려 있다. 한국에서는 의·식·주의 다양한 어울림 속에서 한국색채의 아름다움을 발견 할 수 있다.
한국 색채의 아름다움은 곧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멋이다. 4계절의 뚜렷한 변화와 조화를 이루는 색채는 소박하고 아담한 자연미를 그대로 담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 색채에서 자연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자연에 동화되어 살아온 생활과 풍습의 영향이다
3) 오행원리와 오방색
빛과 태양을 원동력으로 운행하는 삼라만상의 원리를 오행으로 정의한 음양오행원리는 흙이 중심이 되어 시작되는 우주의 운행원리이다. 또한 운행의 과정이 빛과 그에 따른 온도의 변화로 경험되는 기운에 따른다.

표 1. 에서 오행의 원리에 따른 절계, 방위 색상의 관계성을 볼 수 있다. 표 1. 에서 마지막의 신수(神獸)는 자연의 운행을 설명한 오행 원리에 동양 전통사회의 종교적인 영향에서 비롯된 상징적인 부분에 해당하지만, 절계(節季), 방위(方位), 색상(色相)에 따른 분류는 오행원리가 우주의 운행원리에 따른 자연현상에 대한 직관적 경험에 근거한 기록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오행과 자연 기후현상은 토용(土用)를 제외한 4절계인 봄(春), 여름(夏), 가을(秋), 겨울(東)과 대응으로 관계한다. 태양이 뜨는 동쪽은 생명이 시작되는 곳이며, 생명은 나무(木)에 트는 싹에서 보여지는 푸른 기운으로 지각한다. 여름(夏)은 봄에 시작된 생명이 절정을 이루는 절기(節氣)로서 태양에너지의 효율은 최대에 이른다. 즉 열 효율이 가장 높은 시기이며, 남쪽의 뜨거운 기운이 이동하면서 시작된다. 뜨거운 기운은 지속적으로 열을 보존할 수 없다.
시간이 경과하면 식게 되며, 온도는 하강한다. 한랭한 기운의 이동으로 가을(秋)이 시작되며, 서쪽에서 불어오는 편서풍(偏西風)은 가을을 대표하는 기후현상의 하나이다. 겨울(冬)은 태양에너지의 효율이 낮아지면서 한랭한 기운이 극에 이르는 절기로서 빛에너지의 부족으로 어둡고, 추우며, 온도가 하강하는 시기로 빛에너지에 대한 흡수량이 적어지면서 그늘진 북쪽의 차가운 기운을 형성한다. 차가운 기운은 태양에너지로 유지해 온 생명체의 활동을 정지시키게 되고, 얼게 만든다. 이러한 자연현상은 생명을 느낄 수 없는 절기인 겨울(冬)의 대표적 현상에 해당한다. 표 1. 의 내용을 오행원리에 따라 정리한다.
첫째, 오행원리의 토(土)는 세상만물 시작의 전제조건이다.
둘째, 오행원리의 목(木)은 세상만물의 생명이 시작되는 푸른 기운의 봄(春)이 해당된다. 봄에 동쪽에서 뜨는 태양은 생명시작의 원동력이 되며, 뜨거운 기운을 만든다.
셋째, 오행원리의 화(火)는 태양에너지의 흡수가 극에 이르면서 뜨거운 기운으로 가득 찬 기후현상으로 계절상 여름(夏)이 해당된다. 여름은 남쪽의 뜨거운 열기로 인해 적색의 기운으로 지각된다.
넷째, 오행원리의 금(金)은 열이 뜨거운 기운에서 차가운 기운으로 이동하면서 생겨나는 자연현상인 서쪽의 바람(편서풍;偏西風)과 함께 시작된 가을(秋)이 해당되는 원리이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로서 수확의 절기이며, 만물이 결실을 맺는 시기로서, 가치 있는 금속에 비유하며 금속의 백색기운과 대응한다.
다섯째, 오행원리의 수(水)는 가을에 시작된 차가운 기운의 이동으로 기온이 하강하고, 태양에너지 집적의 감소로 생명체의 활동은 정지된다. 북쪽의 한랭한 기운의 하강으로 어둡고, 음습한 거믄 기운에서 시작된 겨울(冬)이 해당된다.
요약된 내용과 같이 오행원리를 다음과 같이 목생화, 화생토, 토생금, 금생수, 수생목으로 정리할 수 있으며여기에 봄을 시작으로 하여 연결관계로 보고 간략히 도식화 할 수 있다.
「목생화(木生火) - 화생토(火生土) - 토생금(土生金) - 금생수(金生水) - 수생목(水生木)」
① 象徵體系로서 五方色
‘전통색’에는 상징적인 의미를 바탕으로 하는 오방색의 개념이 내포되어 있다. 서양이 확인한 블랙홀(black hole)의 모습에서도 확인되었듯이 오방색이 red(r), yellow(y), black(bk), green(g), blue(b), white(w)에 purple(p)의 보여지는 색만을 의미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 황색의 경우는 황제를 의미하고 있는 것과 같이 파생의 의미가 존재하는 색의 경우 상징화된 색으로 이해하며 오방색에서는 이와 같은 특징이 두드러진다. 상징체계로 오방색이 표현된 사신도(四神圖)를 그 예로 든다.
그림 7에서 볼 수 있는 사신도에 표현된 오방색은 ① 눈으로 지각되는 고유한 색 값 외에, ② 방향을 설명하는 색으로, 쌍을 이루는 ③ 신수(神獸)를 설명하는 등 다양한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체계로서 오방색을 이해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사신도에서 확인 된 오방색 만으로 전체를 상징색이라 단정하는 것은 비약이다.
그림 7에서는 표 1. 에서 정리한 바에 따라, 북현무-동청룡-남주작-서백호-황청룡이 오방색과 상호관계를 이루도록 표현하였다. 기복신앙에 바탕을 둔 사신도는 도교적 애니미즘의 영향으로 신수와 함께 오방색이 표현된 예이다. 그림 4. 에서는 오방색을 오행원리에 대한 직관적 경험에 의한 관찰로서 자연의 기운(氣運)에 따라 배열하였다. 그림 7. 에서는 상징체계로 정리하였으며, 이와 같은 성격으로 오방색과 같이 이해되는 예를 현대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오방색은 ‘색깔’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일정한 원리를 가지고 있다. 오방색은 독립된 ‘색’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방색이 자연 현상색임을 전제로 상징체계임을 가정할 때, 색은 부분으로서 관계되어 상대색으로 존재한다.
② 도형기호체계로서 五方色
오방색은 동양의 전통에서 보여지는 다섯 가지의 색상인 청(靑), 백(白), 적(赤), 황(黃), 흑(黑)이다. 오색(五色)은 방위, 절계, 신수 등과 상관관계를 이루고 있다. 상징체계로서 오방색은 다양한 의미가 함축된 동양 고유의 색채개념이며, 자연관/우주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계절의 흐름, 빛의 밝고 어두움으로 반복되는 변화를 보인다.
도형기호체계상에서 오방색의 개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오(五)’는 숫자 다섯(5)을 의미한다. 오방색이 하나의 단어로 이해될 때 ‘오-색’은 다섯 가지 색을 의미하지만, 오행원리에서 숫자 ‘오’는 다양한 단어와의 연결구조를 형성한다. 오행(五行), 오미(五味), 오채(五彩)등은 숫자 ‘오(五)’가 의미하는 다섯 가지로 구성되는 독립된 개념들의 집합이다.

오방색의 ‘오(五)’를 다섯이라는 숫자로 대표하여, 나눔-결합이 되는 가능성의 정도를 표현한 개념으로 정의한다. 오방색에서 ‘방(方)’은 동서남북(東西南北) 위치값으로서의 상대적인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명사에 붙어 정의되는 방위(方位:direction)를 의미한다.
오방색의 ‘방(方)’은 네 변의 길이와 내각(內角)이 같은 정방형의 중심(中心:center of square)이다. 즉 왕(人)이 자리하는 위치점(位置點:the point of location)으로서 왕을 인간으로 본다면, 인간이 자연현상과 만물의 원리를 지각하는 바로 그 위치점이 ‘방(方)’이다. 방의 네 변의 길이가 같고, 내각이 같은 정방형의 사각형을 그린 위에 사각형의 중심점(中心點;center point)에는 ‘방’을 표기한다. 사각형의 각 변은 방향에 대한 공통되는 약속인 북쪽부터 시작하여 북-동-남-서의 순으로 표기하였다. ‘색’을 제외한 ‘오방(the point of five location)’의 개념을 이상과 같이 도형의 체계로 설명해 보면, 일반적으로 이해한 ‘오방(the point of five direction)’과의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방’이 ‘중심’으로서 개념 정의됨에 따라 자연현상을 지각하는 주체가 인간이며, 오방색이 단순히 기본 ‘오색’의 빛깔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동양에서 인식하는 ‘색’은 물체의 고유색 자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개념정의는 다양한 각도에서의 접근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방의 개념도’ 상에 흑-청-적-백-황이 위치한다는 전제에서 방위의 관계와 색의 위치관계의 기준이 정해질 수 있으므로 도형기호체계에서 나타나는 결과로 오방색이 관계색과 상대색으로 개념정의 될 수 있다.
‘방’의 개념에 초점을 두고 도형화(圖形化) 하였다.
③ 自然色系로서 五方色의 가능성
자연색체계의 원리는 인간의 상대적인 감각에 의해 색채를 나타내는 색채체계원리로서 유기적 기준에 근거하여 인간과 환경과의 관계를 고려한 색채체계원리이다. 뿐만 아니라, 신과학적 입장과 유기적, 전일적 세계관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영하고 있다.
오행원리는 전일적, 유기적 관점에서 신과학의 특징인 상보관계, 대응관계를 토대로 변화 반복되는 운행체계로서 우주와 인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원리이다.
상징색체계로서 오방색의 개념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오방색이 상대색·관계색임을 알 수 있다. 도형기호체계원리에서 ‘방’의 개념을 재정의하여 오방색이 색체계원리로서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지각된 ‘색’은 동양의 전통을 통해서 본 ‘색’과는 차이가 있다.
‘오방색(五方色)’이라는 명칭에서는 동일하지만, 그 개념정의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음양오행원리에 따르면, 음의 기운이 한번 정(靜)하면 다시 양의 기운이 동(動)하게 된다. 태양의 빛이 시작되는 동(東)쪽은 양의 기운에 해당한다. 따뜻한 기운에서 나무의 푸른 생명이 시작되므로 청록(靑綠)의 기운으로 가득 차게되는 봄은 ‘청(靑)색’’이 된다. 양(陽)의 기운이 극에 달하는 여름은 일조량이 증가하여 뜨거운 기운을 동반한다. 극에 이른 양(陽)은 만물을 꽃피우고, 붉게 물들인다. 뜨거운 기운과 붉게 물든 꽃은 ‘적(赤)색’으로 지각된다. 양이 극에 이르면 다시 음이 정(靜)하는데 이런 기운의 운행이 시작되면서 가을(秋)이 된다. 식은 것은 희뿌옇게 지각된다.
백(白)은 열이 식은 상태의 현상(現象:phenomena)을 지각(知覺)한 색(色)이다. 끝으로 ‘황(黃)’은 방(方)에 해당하는 중앙(中央)의 기운이다. ‘황(黃)’은 땅의 기운을 의미하며, 또한 임금의 위치인 ‘방(方)’의 색이다. 자연현상의 색으로 지각한 바 있는 흑(黑), 청(靑), 적(赤), 백(白), 황(黃)의 오방색은 각각의 ‘색깔’이 아닌 자연현상에서 보여지는 ‘빛깔’이다. 우주의 운행원리 및 기후변화와의 상호관계성을 가지면서 지각된 현상색(顯象色)이다.
④ 色彩言語와 慣用色名
오방색에서 ‘청색’의 경우는 그 색채어가 포함하는 색영역이 광범위하여 개념의 규정을 필요로 한다. ‘청’의 개념을 명확히 하여 둔다.
⑤ 색명으로서의 청
오방색에서의 청색(靑色)은 시각적으로 지각되는 푸른색(blue)이 아니다.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푸르름의 개념을 포함한다. 따라서, 푸른 산, 푸른 들, 푸른 하늘에서와 같이 청색과 녹색은 ‘색깔’의 시각적인 차이보다는 녹색(綠色)을 포함하여, 청색(靑色)의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푸르름(관념/觀念)으로 의식화(意識化)되어 있다. 한국인에게 있어 청색이 색깔(물감) 그 자체의 지각적(知覺的:perceptual) 특성보다는 청색이 환기하는 개념적(槪念的:conceptual)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청’과 ‘녹’을 함께 위치시켜 두었다.
빛의 스펙트럼에서의 청색영역과 색명의 상관관계를 밝힘으로써 청색의 개념을 정의한다.

근거자료: 김용훈(1998), 『색채매카니즘』, 부록3. 전통색명일람표, p.223 ; pp.226-247.
허은영(1999), 『중국어 색채어 연구:오색어의 문화상징과 구조를 중심으로』. (서울 : 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 성구논문), p.23.
표 2. 에서는 크게 빛스펙트럼과 색명을 기준으로 청색과 녹색에 해당되는 파장 영역을 설정하였다. 색에 녹색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은 색채의 개념이 색채의식적 특성에 근거를 두기 때문이다. 표에서는 오방색에서의 청색 개념의 정의를 위하여 한국인의 색채의식이 반영된 색명을 분류해 보았다. 빛의 스펙트럼에서 청색-녹색에 해당하는 가시광선의 영역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파장과 색명을 대응하여 열거하였다. 빛의 스펙트럼에서 청색과 녹색의 영역(440nm-570nm)을 분리하여 청색 파장의 범위를 440nm-465nm, 녹색 파장의 범위를 530nm-570nm로 설정하고, 중간영역을 청록색의 영역으로 구분하였다. CIE의 표색계에 따르면 청색(靑色:blue)은 460nm, 녹색(綠色:green)은 560nm로 정하고 있으나, 동양의 ‘색’은 정량적(定量的:quantitative)으로 수치화 된 자료(data)가 없으므로 CIE 표색계를 기준으로 파장(波長:wavelength)의 영역을 정성적(定性的:qualitative)으로 구분하였으므로, 오차가 있음을 밝혀둔다. 연구자는 동양의 청색(靑色)과 녹색(綠色)의 기준을 제시하기 위하여 청색-녹색의 파장에 해당하는 CIELab의 대응 값을 S/NCS의 값과 함께 표기하여 보았다. 한국의 전통색명을 열거해 보면 청색과 녹색의 경계가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는 색명이 다수이다. 청송(靑松), 청산(靑山), 청과(靑果)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 같은 색명은 분명히 청(靑)색이지만, 실제로 현상(現象;phenomena)에서 지각(知覺:percpetion)되는 색은 녹(綠)색에 가깝다.
한글 형용사를 통해서 본 일반색명의 경우 형용사에 단계를 두고 파랑, 청록, 녹색과 결합하여 의미구분을 하고 있지만 정확한 색은 연상되지 않는다. 관용색명(慣用色名)의 배열에서도 녹색기운이 감도는 옥색(玉色), 청죽색(靑竹色), 청자색(靑磁色)에서 모두 ‘청색(靑色)’의 개념이 녹색(綠色)을 포함하고 있다. 끝으로 계통색명(系統色名)에 해당하는 ‘바다색’의 경우 일반적으로 색을 나타내는 형용사와 결합되어 ‘푸른 바다’로 통용되는데 여기서 ‘바다’가 의미하는 색은 녹색기운이 감도는 색이다. 이와 같이 정리된 자료를 통해서 빛 스펙트럼과 색명의 관계에서 ‘청(靑)색’은 ‘녹(綠)색’이 내포된 색임을 확인하였다.
한글에서 ‘청색’이라는 색채어는 yellowish green에서 reddish blue에 이르는 넓은 영역에 해당되는 모든 색을 일컫는다.
⑥ 色과 言語의 關係
오방색의 ‘청색’에는 ‘녹색’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인간은 눈으로 본 것을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할 때 언어로 설명한다. 색은 색언어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인간은 감정을 표현하고자 한다. 의사소통의 과정에서 인간이 지각한 색은 색언어로 변환되어 그 느낌을 공감하기를 원하는 타인에게 전달된다. 색명의 체계화는 인간대 인간에서 이루어지는 색에 관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하다.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민족과 문화에 따라, 색언어의 표현에서는 동일한 색이라 하더라도 인간의 색지각은 어느 누구와도 일치될 수 없다. 모든 ‘색’에 있어 정확한 의사소통은 어렵다. 하지만 공통으로 지각되는 색에 대해서만이라도 언어적 약속과 체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오방색은 한자문화권의 토대 위에서 형성되었으므로 한글로 정의된 색명과는 의미상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음양오행원리에서 오색이 생성되는 과정은 신과학적·전일적 관점에서 상보적 대응관계로 유기적 기준에 근거한 순환과정과 같다.
대응색원리 개념은 서양에 비해 시대적으로 앞서 있었으나, 오방색은 발전적 전개로 이어지지 못하여 체계로서보다는 ‘색’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글의 경우는 서로의 조합 없이는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한자의 경우 문자 하나는 다의성을 가지므로 체계적으로 규준화하는데 있어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
앞서 ‘청색의 개념에서도 확인된 바와 같이 색언어는 색 정보의 정확한 전달을 위한 기호의 역할을 하기는 하나 간혹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여 혼돈을 주기 때문에 색에 대한 언어의 공통된 약속이 이루어져 체계화되어야 한다.
26자 알파벳의 조합만으로 모든 단어가 만들어지는 것과 같이 한글의 경우 24자의 자모의 조합으로 단어가 구성된다.
특히 한글은 발음기관을 본떠서 만든 문자라는 데 있어 과학적일 뿐만 아니라 음성기호로서 소리와 파장에 의해 의미가 전달되는 문자이다.

공간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청각은 색채와 인간의 시지각과 같은 구조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이상에서 볼 때 오방색을 자연색체계로 이해하고자 하는 체계화의 노력은 색채언어를 체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⑦ 五方色體系와 그 構造的 特性의 이해
오방색체계는 오행원리에 대한 관심의 지속으로 생겨난 ‘색채’의 체계이다. 오행의 운행원리가 무극을 시작으로 움직이고 멈추는(動靜)과정의 반복으로 형성된다는 것은 문헌을 통해서 확인된 바이다. 서구 신과학의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볼 때, 오방색체계는 자연의 현상을 대응의 관계로 지각하였으므로 자연색체계의 구조와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도형기초체계로서 정의할 때 오방색체계에서는, 인간이 중심이 되는 ‘방’의 위치점을 강조하였다. 중심을 기준으로 상보관계를 이루는 오색은 우주 만물의 운행과 변화 모습을 반영한다. 상징체계로서 오방색체계에서는 도형상으로 표현되기는 어려우나, 색의 이미지를 떠올릴 경우, 그림 7.의 사신도에서와 같이 표현될 수 있었다.
색채언어에 대한 약속을 통해서 ‘청색’의 개념이 분명하게 정의된다면, 오방색은 대응원리에 기초한 자연색체계로서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오방색이 체계로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된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노력이 필요하다.
오방색체계가 자연색체계로서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하였지만, 현대사회에서 전통색으로서 오방색은 ‘색’의 상징적 의미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색체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오방색체계에서 확인되는 색의 원리, 방의 원리는 색을 대응관계에서 이해한 헤링의 생리학적 지각과정과 구조적 특성에서 다르지 않다. 음양오행의 원리적 이해와 함께 살펴본 오방색은 자연색체계의 구조를 가지며, 체계화의 가능성이 기대된다.
|
|